쓸쓸한 마음으로 과거를 되돌아 보지 말라. 그것은 두 번 다시 오지 않으니까 빈틈없이 현재를 이용하라. 그것을 할 사람은 곧 그대다. 그림자와 같은 미래를 향하여 나아가라. 두려워하지 말고 늠름하게...

- 헨리 워즈워스 롱펠로

말년 3일, 오늘이 마지막이다. 이미 포스팅 했다싶이 어떤 학공의 레일건 - 고대하던 날짜를 확정하는 시간이 다가오고... 에서 날짜가 확 줄어든 관계로 사실상의 소집해제 날짜는 이 날이 되었다. 물론 이론상의 소집해제 날짜는 4월 24일이고 연가이월로 줄어든 날짜는 3월 25일이다. 즉 3월 25일을 또 대체휴무로 줄여서 3월 10일이 된 것이다.

2011년 3월 10일의 하늘이 보이는 가운데 나는 운동장을 향해서 달렸다.
오늘로 마지막을 알리는 태양이 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여기 있는다.[각주:1]

지옥인이 어딜 가겠는가. 4:30분 까지 여기 있어야지


16시간 전




기록부에 마지막 싸인을 하였다. 아마 이걸로 나는 대기모드로 전환하고 싶었다. 하지만 마지막 날까지도 일을 시키는 사람이 있었다. 사람에 대해서 뭐라 하진 않겠다. 애초에 경험이 없으니 그냥 그려러니 한다. 경험의 경험이 아닌 이 일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경험이 없다는 것.



14시간.




일상은똑같았다. 쉬는시간엔 일하고 교과시간엔 쉬고 뭔가 해 달라고 할땐 불려가고 그런 패턴이다. 차가운 시맨트 복도를 홀로 다니며 볼 수 있는 것은 나의 오래된 미래였을 것이다.

                    Zero hour이 다가오면서  
                      짖으면서도 옅은 미소가 피기 시작했다.

장애인들에 대한 생각은 조용했다. 이젠 나와 관계가 없을 것이라고, 그리고 이젠 내가 알 바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 일이 아닌 이상 나는 이방인에 불과할 것이다. 내가 한 일은 단지 "누군가의 시켜서 한 일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그렇게 믿을 것이라, 나는 미친듯한 미소를 그림자 속에서 지으며 8분 20초 전의 시작된 태양의  빛 사이를 지나갔다.

수발을 하는 것이 싫었다. 좋을리가 없다. 이것은 최선의 선택이 아니고 차악이었으니 말이다. 아무도 좋을리가 없다. 그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대가성 없는 무상에 가까운 행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 과연 그런 것을 정녕 모르고 시키는 것일까?

만약의 일은 없다. 하지만 좀더 사람의 일에 맞는 일을 시켰으면 하는 생각이 있었다. 그럴 일은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그런 헛된 망상을 되내이면서 나는 그들과 분리된 곳으로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9시간.




아이폰과 연결된 이어폰에선 Natural highHajimari no Hito가 울려퍼졌다. 졸업을 담은 노래. 지금의 배경과 다를 바가 없는 소리일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그 때의 기억을 가진다는 내용과는 현실은 달랐다. 10년후에 본 그녀는 배신을 때렸다. 일찍이 드라마에서 보던 식으로의 배신, 아마 피식할 정도로 잊혀지지 않는 기억이 될 것이다.  30년 후에 라면 어떨지 모르지만 결국 지금의 기억과 다른 것은 하나도 없다고... 지금의 일도 10년후에도 20년 후에도 그리고 28년 후에도 다른 생각을 가지지 않을 것이다. 입장은 평등하다.

인생은 컨셉이 아니다.
도덕적으로 옳은 것만 행할 수 없다. 때론 명령에 굴복하지 않는 행동도, 그리고 도덕의 위선을 강하게 비판하는 날카로왔던 단두대의 칼날과 같은 마음을 지녀야 할 때가 있다. 지금이 그 때라고 생각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8시간.


짐은 어제 다 보냈다. 남은것은 노트북과 전기코드. 과거에서 온 짐들은 현재의 짐이 되지 않기 위해서 일찍이 보냈다. 모든것은 무에서 와서 무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내 마음도 그렇게 과거의 일들도 점점 망각의 틀을 거치고 있었다.

보람은 없다. 의무는 의무고 나는 그 시간을 충분히 채웠다. 하라는 것은 다 했고 하지 말란건... 최대한 안했다. 과정은 달라도 결과는 같은 이 일에 열정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없는 빈 책상위엔 종이학이 하나 있었다. 보내지 못한 1000마리의 종이학 중 한마리였다. 그 한마리엔 많은 소리가 숨켜져 있었다. 사랑했던 사람에 대한 고백, 그리고 배신, NTR, 그리고 남은 건 소망.

나는 날개를 접듯이 희망을 접었다. 펼치지 못한 꿈이 거기에 있었고 환상의 저주가 내 곁에 있었다.
앞으로 나는 이 곳에 올 가능성은 없어 보이진 않았다. 어쩌면 뒤바뀐 운명으로 볼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나는 믿었다. 아니 그렇게 될 것이다. 그렇게 흐트러진 작은 네모의 종이가 바람을 타고 날라가기 시작했다.

그리곤 종이학을 접듯이 소망을 접었다. 무의식중에 한 행동이었지만 나는 의식하고 있었다. 의미가 형상화되는 마음을 느끼며 다시끔 굳은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모호한 진실은 없다. 확신에 찬 왕도의 길이 존재하리라고...

난 너희 인간들이 감히 상상도 못할 것들을 봐왔어.
오리온자리의 어깨에서 타 오르던 전함들.
탄호이저 게이트에서 어둠 속에 반짝이는 C-빔.

하지만 그 모든 기억들이 이제 곧 사라지겠지.
내 얼굴에 흐르는 빗속의 눈물처럼.


이제... 죽을... 시간이야.



나는 다시 하늘로 향했다.
푸른 강인함을 고대하던 날을 기대하면서 광할한 운동장을 가로지를 것이다.

벼슬 자리 없는 것을 걱정하지 말고, 벼슬에 올라 설 수 있을 만한 자기의 학식이나 능력에 대해 걱정하라. 또 남이 나를 몰라주는 것을 걱정 말고, 남들에게 알려질 만한 일을 하려고 애써라.
- 논어 이인편






 - 본 글은 30%의 소설과 70%의 사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본 글은 안티테제적 성향이 강합니다. 도덕적 판단에 대해서는 책임의 한계를 읽어보세요.



  1. 소집해제날의 대한 태도는 기관마다 다르지만 통상적으로는 인사정도로 하고 가게 해준다. [본문으로]
Posted by Yurion Yur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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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리고 그의 공익생활은 책이 되어 팔리는데
    ?!

  2. 만두곰돌 2010.04.07 09:41 신고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Season 2, 어느 동공의 24개월 3주 예정

  3. 가만 이게 3편 아닌가요?

  4. 내가 전화도 했던가....

    그러고 보니 본인 선택날 무지 떨렸졍...

    특히 저는 실수하고 취소하고 다시 하는지라.. 큰일나는줄 알았심

  5. 저 여자를 군삼녀라고 한다지요?! 그리고 저 여자말고 남자는 20대가 되면 별로 할짓도 없으니 군대를 가야하는건 당연하다..당연히 군대를 가야하니까 가산점 폐지하자고 주장하는 여자도 있더군요.

  6. 길이길이 가슴속의 하트에 기억될 리멤버.

  7. 지나가다가 2011.03.10 07:50 신고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보람이 없다... 말씀에 대부분 공익분들이 공감을 하세요.
    저도 그래요. 욕만 안먹는다 뿐이지 완전 투명인간 취급.
    살다살다 한번도 이런 경험은 한적이 없는데. ㅎㅎ

    병역대신 노동... 까지는 그래도 좋았는데
    이건 뭐 따뜻한 말 한마디도 없고, 기계 취급만 하다 끝나가는군요.
    제가 그나마 학생들을 좋아하지 않았다면,
    어찌 이런 생활을 했을까 싶습니다. 그게 그나마 다행이에요.

    유리온님덕에 늘 도움 많이 받았습니다.
    앞으로는 좋은 일만 생기시길 바래요~~

    (사족 : 공익의 주적 공뭔란에 제가 쓴 글이 인용되있더군요
    다시보니 그냥 웃기더라구요 ㅎㅎ
    공통령님 글에 제것이 올라와있으니 좀 재밌기도 하구요.)

  8. 소집해제 축하드립니다.

    전 이제 공익생활 끝나려면, 10개월 남았는데,

    그래도 님덕에 가끔 들려서 공익생활에 대한 팁같은 거 많이 받아서 도움 많이 받았습니다. 앞으로도 잘지내시길 바래요~~

    특히, Yurion의 공익근무수칙인가 그 부분에서 도움 많이 받았습니다^^

  9. 안녕하세요.
    뜬금없는 얘기지만 이 포스팅 배경음악이 뭔가요?
    처음 들어봤는데 마음에 드네요.